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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성쇠 프로젝트 26
닭이던 돼지든 뭐든 굽는 집!
글 노유청 2017-03-25 |   지면 발행 ( 2017년 4월호 - 전체 보기 )


▲ before 코우야의 간판은 한번 보면 명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크고 요란해서가 아니라 작고 앙증맞아서다. 마치 붓으로 거침없이 그린 듯한 느낌의 닭 이미지를 원형 돌출간판에 적용했고, 출입구 옆 노란색 벽에도 적용했다. 노란색 벽에 그려진 닭의 모습은 마치 병아리 같기도 해서 상당히 귀여웠다. 그리고 백미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방 상단 흰 벽에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누가 봐도 닭요리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일관성과 귀여움. 그게 코우야 간판의 생명이었다.

‘코우야’를 처음 발견한 것은 2014년 여름이었다. 서울의 맥줏집이라는 기획으로 밑도 끝도 없이 발품을 팔며 재미있는 간판을 수집하던 그때. 6월호부터 3달 연재할 요량으로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을 걸으며 맥줏집 간판을 모았다. 홍대는 첫 번째 차례여서 다행히 그리 덥지 않을 때 코우야 간판을 촬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찌 보면 좀 아쉬운 것이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였으면 촬영이고 뭐고 일단 코우야에 들어가 낮술로 시원하게 맥주 한잔했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코우야의 간판보다 기린맥주를 알리는 돌출간판이 더 눈에 들어와서 촬영했던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우야를 다시 찾은 건 아마도 2015년 봄이었을 것이다. 매달 마감을 한 후엔 간판을 구경할 겸 습관적으로 찾는 곳이 홍대였으니... 점심을 먹기 위해 코우야에 들렀다. 오며 가며 종종 봤지만 직접 들어가서 음식을 먹은 건 그게 처음이었다. 맥주를 주종으로 하는 닭요리 집에서 술도 없이 밥을 먹은 게 첫 방문이었다니, 생각해 보니 참 뜬금없었다. 무엇을 시켰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봐선 특출하게 맛있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달갈프라이를 해 먹을 수 있게 휴대용 버너와 프라이팬으로 셀프바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용히 달갈프라이를 하는 내 주변을 오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던 주인장의 모습. 마치 선생님 눈에 띄고 싶어서 이것저것을 마다치 않고 열심히 하는 초등학생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때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 어쩌면 이 가게의 명운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직감이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코우야의 간판은 한번 보면 명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크고 요란해서가 아니라 작고 앙증맞아서다. 마치 붓으로 거침없이 그린 듯한 느낌의 닭 이미지를 원형 돌출간판에 적용했고, 출입구 옆 노란색 벽에도 적용했다. 노란색 벽에 그려진 닭의 모습은 마치 병아리 같기도 해서 상당히 귀여웠다. 그리고 백미는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방 상단 흰 벽에 같은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누가 봐도 닭요리 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일관성과 귀여움. 그게 코우야 간판의 생명이었다.

코우야 간판이 사라지고 ‘구워삶다’라는 직설적이고 화끈해 보이는 이름의 가게가 생겼다. 목재간판에 붓글씨로 거침없이 휘갈긴 듯한 간판도 가독성이 높은데 가게 앞에 쌓인 장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장작위에 얹은 “이걸로 구워요!”라는 흥미로운 문구. 목재간판부터 시작해서 물이 흐르듯 배치한 다양한 요소는 마치 팀워크 좋은 야구부의 잘 짜인 타선 같았다. 자그마한 돌출 간판과 장작, 그리고 그 위에 올린 문구가 테이블 세터라면 한눈에 들어오는 전면의 목재간판은 클린업 트리오였다. 코우야와 구워삶다는 다른 듯 굉장히 비슷한 가게였다. 코우야는 닭고기를 숯에 구워주던 곳이었고 구워삶다는 가게 이름대로 돼지고기를 숯에 굽는다. 구워삶다라는 가게 이름이 적힌 목재간판을 보면서 코우야를 기억할 수 있는 건 굽는다는 정서를 간판에 잔뜩 담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닭에서 돼지로 바뀌었지만, 손님에게 내기 위해 정성스레 굽는다는 그 느낌. 특히 캘리그래피같이 붓글씨 느낌이 나는 간판 구성도 비슷하다.
물론 코우야는 이미지였고 구워삶다는 텍스트지만. 가게는 바뀌었지만, 공간은 계속해서 머무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아쉬움을 달래기 좋다. 이번 달 마감 후엔 구워삶다에 가서 점심을 먹으며 낮술을 한잔해야겠다. 코우야의 앙증맞은 간판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물론 구워삶다가 오래오래 장사하기를 바라면서.


▲ After 구워삶다는 목재간판에 붓글씨로 거침없이 휘갈긴 듯한 간판도 가독성이 높은데 가게 앞에 쌓인 장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장작위에 얹은 “이걸로 구워요!”라는 흥미로운 문구. 목재간판부터 시작해서 물이 흐르듯 배치한 다양한 요소는 마치 팀워크 좋은 야구부의 잘 짜인 타선 같았다. 자그마한 돌출 간판과 장작, 그리고 그 위에 올린 문구가 테이블 세터라면 한눈에 들어오는 전면의 목재간판은 클린업 트리오였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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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홍대 합정 코우야 구워삶다 간판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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