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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류 > 조명+입체
흥망성쇠 프로젝트 24 디스코, 그리고 미
글 노유청 2017-01-25 |   지면 발행 ( 2017년 2월호 - 전체 보기 )




▲ before 베이지색에 가까운 페인트로 칠한 외벽에, 여름철에 수십 명이 족히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긴 어닝. 그리고 측면에 어닝 위로 빼꼼하게 얼굴만 드러낸 듯한 원형 돌출간판. 그 조합이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스코피자’는 딱 한 번 갔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벼르고 벼르다가 갔는데 전혀 실망하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벼르다가 갔다는 표현을 쓴 것은 디스코피자의 익스테리어와 간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페인트로 칠한 외벽에, 여름철에 수십 명이 족히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긴 어닝. 그리고 측면에 어닝 위로 빼꼼하게 얼굴만 드러낸 듯한 원형 돌출간판. 그 조합이 압도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골목을 걸을 때마다 디스코피자를 바라보게 됐고, 그때마다 “한번 꼭 가야지”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디스코피자의 가독성이 좋았던 것은 위치적인 특성도 한몫했다. 이색적인 가게가 몰려있는 서울숲에서 대로를 경계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 끝자락에 서울스낵이이 있긴 했지만 디스코피자 주변엔 성수동의 일상이 가득했다. 작은 공장, 허름한 밥집, 고된 노동을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일 법한 고깃집. 서울숲주변이 새로운 성수동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오래된 성수동 그 자체였다. 그러한 골목에 새로운 성수동에 어울릴법한 익스테리어와 간판, 그야말로 군계일학 그 자체였다. 가독성이 낮을 수 없는 그런 공간.
그리고 디스코피자는 익스테리어, 간판뿐만 아니라 내부에 위치한 화덕도 가게의 아아덴티티를 구체화하는 강력한 상징이자 사인이었다. 미러볼 형태로 장식한 화덕은 그야말로 디스코피자의 심벌이자 심장과도 같았다. 시원한 배치한 창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이는 대형 미러볼은 가게 이름이 왜 디스코피자인지 명쾌하게 설명했다. 특히 야간에 조명이 미러볼에 반사돼서 가게 내부를 감싸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독성 높은 사인이었다. 그 영롱한 광경은 직접 보지 않고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우라가 대단했다.

그랬던 디스코피자가 작년 여름 끝자락 8월 말에 문을 닫았다. “또 와야지!” 했던 다음 기회가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일순간에 사라져서 굉장히 아쉬웠다. 붉은색 어닝을 접어 올리고 특유의 익스테리어를 유지한 채 한동안 공사가 진행됐고 ‘미테이블’이란 가게가 들어섰다.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샐러드, 파스타, 피자 등을 하는 가게.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디스코피자와 엇비슷한 메뉴를 선보였지만, 분위기를 사뭇 달랐다. 특히 사인과 다양한 형태의 배너, 그리고 윈도그래픽 까지.
전면에 내세운 간판이라고 하면 입체문자사인으로 가게 이름인 미테이블을 표현한 것이 전부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는 많다. 돌출간판과 특유의 붉은색 어닝. 그리고 빈 와인병을 오브제처럼 익스테리어 요소로 활용한 것과 메뉴를 알리는 입간판, 배너까지. 디스코피자와 비슷한 듯 다르다. 전체적인 느낌은 같다. 구조와 형태 돌출간판까지도. 하지만 다른 건 배너 등 디테일이 많다는 점이다.
배너를 배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은 자리를 오래 지키겠다는 주인장의 결연한 태도가 드러나는 사인이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 물론 간결하고 깔끔했던 디스코피자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시크하게 “우리 가게 스타일은 이래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뭐랄까 최근 성수동의 그 느낌처럼. 그래도 한편으로 고마운 점은 미러볼 화덕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테이블을 통해서 여전히 디스코피자를 추억할 수 있는 건 이러한 요소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나간 가게의 팬들에겐 참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붉은색 어닝과 특유의 익스테리어, 동그란 돌출간판, 내부 미러볼 화덕까지. 마감 후엔 미테이블을 찾아서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 그리고 늦었지만, 미러볼 화덕을 사진으로 한 컷 남겨두고 싶다.


▲ After 전면에 내세운 간판이라고 하면 입체문자사인으로 가게 이름인 미테이블을 표현한 것이 전부지만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는 많다. 돌출간판과 특유의 붉은색 어닝. 그리고 빈 와인병을 오브제처럼 익스테리어 요소로 활용한 것과 메뉴를 알리는 입간판, 배너까지. 디스코피자와 비슷한 듯 다르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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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성수동 서울숲 디스코피자 미테이블 식당 흥망성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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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조명+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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