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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을 통해 바뀌는 거리의 풍경
용산구 남영동 인쇄소 골목 열정도
글 노유청 2017-02-25 |   지면 발행 ( 2017년 3월호 - 전체 보기 )


한국옥외광고센터와 공동기획 “아름다운 간판거리를 만듭시다”-용산구 남영동 인쇄소 골목 열정도 


여기에 과연 이런 가게가 있나 싶을 순간 재밌는 공간을 발견하면 기쁨이 배가된다. 길거리의 풍경을 뒤엎는 생뚱맞은 반전이 주는 즐거움. 최근 몇 년간 문래동, 성수동 같은 동네가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뜨는 과정은 이런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공장이 줄지어 있던 동네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예쁜 간판과 인상적인 익스테리어. ‘열정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용산 남영동 인쇄소 골목에도 이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간판을 통해서 바뀌는 거리의 풍경.

거리를 가득 메운 청년들의 열정도
1호선 남영역과 6호선 효창공원역, 삼각지역을 거점으로 선을 그으면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서슬 퍼런 권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현재 경찰청 남영동 인권센터)이 내려다보는 삼각형의 대지. 얼핏 보면 삼각형의 섬처럼 보이는 다소 을씨년스러운 그곳엔 오래된 인쇄소 골목이 있다. 기계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던 그곳에 최근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넘쳐흐른다. 몇 년 전부터 청년들이 모여 흥미로운 가게를 하나둘 열기 시작해서 재미있는 거리가 됐다. 열정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곳은 을씨년스러움을 버리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열정도를 걸으며 느꼈던 점은 성수동, 문래동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의 삶터가 유지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최근에 KBS 다큐 3일에 나오는 등 미디어에 오르내리지만, 여전히 인쇄소 골목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생산 인프라가 건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더디게 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열정도는 오래도록 골목을 지킨 생산 인프라와 공생하며 자생력을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인쇄소 골목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지역의 생산 인프라는 열정도가 자본에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중심축이다. 핫플레이스 열정도를 찾아온 사람들도 인쇄소 골목을 천천히 둘러보고, 업무차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열정도에서 커피를 마신다. 흥미로운 공생관계다. 이러한 자생력은 간판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집단으로 개선사업을 한 것이 아닌 가게의 스토리를 담은 개성 있는 간판. 삼각형 대지는 을씨년스러운 공간에서 활기 넘치고 흥미로운 열정의 섬이 됐다.


▲ 붐박스는 누가 봐도 붐박스다. 간판과 가게 이름, 익스테리어가 이렇게 통일성 있는 곳은 붐박스 뿐일 것이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 붐박스. 돌출간판에 크래프트 비어 라는 문구를 삽입해 가게의 아아덴티티도 전달한다. 하지만 맥주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절대 지나칠 수 없는 가게다.

거리를 바꾼 청년 장사꾼의 개성
열정도와 그곳의 간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거리를 바꾼 청년장사꾼의 개성”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정도에서 볼 수 있는 간판은 하나같이 다 이색적이다. 주로 청년 장사꾼들이 모인 공간이라 그런지 열정도의 간판은 가게의 개성을 담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정 구획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있지만,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마치 간판이 골목에 들어와서 구경해보라고 손짓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냥 지나쳤던 보편적인 동네와 골목이 간판으로 인해 특별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엔 청년 장사꾼들의 개성이 있다.

열정도의 간판이 흥미로운 것은 각자의 개성을 명확하게 표현하지만, 골목의 공통적인 아이덴티티는 철저하게 지켜진다는 점이다. 열정도라는 브랜드를 공통적인 아이덴티티로 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간판을 통해서 표현한다. 열정도에는 가게의 개성을 담은 간판을 보는 것과 공통적인 사인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가게와 길목 중간마다 열정도라는 공통적인 브랜드를 알리는 벽화와 간판, 오브제를 배치해 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공간 성격을 각인시킨다. 청년장사꾼이라는 지역 협의체를 결성해 창업을 돕기도 하고 거리를 가꾼다. 이는 간판개선 사업을 통해 미관개선 효과를 보려는 지자체에 좋은 학습사례다.

이렇듯 간판을 통해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른바 핫플레이스라는 곳의 다양한 간판이 그렇다. 가게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물론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며 난립한 간판을 정리하는 사업도 의미가 있다. 정비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정비사업에 더해 디자인을 중점으로 둔 개성 있는 간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간판 개선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는 열정도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간판이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오래된 공장을 그대로 활용한 듯한 고깃집 차돌남. 자그마한 철재 사인과 입체문자사인 뿐이지만 익스테리어 자체가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본 연재기사는 행정자치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월간 《사인문화》가 간판문화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 진행하는 공익성 캠페인입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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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용산구청 남영동 인쇄소골목 청년장사꾼 디자인 개성 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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