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층인 내부 공간에서 보면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장안문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서 그것 역시 기가 막힌다. 루프톱에서 보는 장안문이 현장감을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거라면 2층에서는 마치 그 감동을 액자에 담아서 보고 느끼는 기분이 든다.
수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꼽자면 화성행궁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6km의 규모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성곽. 그리고 화성행궁 중에서도 여러 흥미로운 공간이 있지만 그 중 으뜸은 장안문이 아닐까 싶다. 장안문은 하나의 홍예문 위에 2층 누각을 올리고, 바깥쪽으로 원형 옹성을 갖춘 구조다. 장안문은 화성행궁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적을 방어하는 시설이었다. 화서문, 창룡문, 팔달문과 더불어 화성행궁의 문지기 역할을 하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팔달문과 장안문은 홍예문 위에 2층 누각을 올린 구조라 웅장한 모습인데, 현재는 장안문만 화성의 성곽과 이어져 있다. 그래서 화성행궁의 수많은 공간 중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공간은 장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레센트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곽뷰를 자랑하는 카페다. 이러한 풍경을 무기로 하는 카페는 종종 그것뿐인 곳이 꽤 많은데, 팔레센트는 그렇지 않아서 기분이 좋은 공간이다. 이른바 뷰 값으로 모든 걸 눙치려는 장삿속을 대놓고 드러내는 카페가 있지만 팔레센트는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손님을 유쾌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주문할 때 루프톱 공간으로 올라간다고 이야기하면 그게 맞게 음료를 세팅해 준다. “그래봐야 테이크아웃용 잔에 주겠지”라는 삐딱한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두툼한 매장용 리유저블 잔을 피크닉 트레이에 받쳐서 주는데, 좁은 계단을 걸어 오르면 그게 얼마나 사려 깊은 서비스인지 바로 깨닫게 된다. 만약에 쟁반에 받쳐줬다면 루프톱을 오르는 길이 너무 고단했을 거고, 테이크아웃용 잔을 내줬으면 약간 김이 샜을 테니 말이다.
▲ 팔레센트는 그러한 장안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카페였다. 장안문과 함께 이어진 성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루프톱 공간에서 보이는 장안문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성곽과 장안문을 그야말로 1열에서 직관할 수 있는 카페 팔레센트.
압도적인 뷰에 이런 세심함에 겹쳐 완성되는 공간이 팔레센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벽에 설치한 간판 역시 이런 세심한 감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장안문의 상단 누각을 형상화한 듯한 프레임에 팔레센트라는 카페 이름을 철재사인으로 올려서 간결하게 구성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은데, 장안문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이란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어서 여러모로 완벽했던 간판이었다. 그리고 2층인 내부 공간에서 보면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장안문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서 그것 역시 기가 막힌다. 루프톱에서 보는 장안문이 현장감을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거라면 2층에서는 마치 그 감동을 액자에 담아서 보고 느끼는 기분이 든다. 루프톱도 2층 내부 공간도 장안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카페라는 점을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화성행궁에 수많은 카페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성곽을 볼 수 있는 건 팔레센트라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느끼는 기분과 아우라는 팔레센트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팔레센트를 나서며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안문 위로 파랗게 높아진 가을 하늘의 풍경을 보고 싶어서. 그때는 그린티 크림이 올려진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팔레센트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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