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버내큘러(Vernacular) 스타일의 유럽 사인 디자인에 대해 알아본다. 체코,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의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버내큘러 스타일의 사인 디자인이 어떤 형태로 공간에 적용되는지 살펴본다.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필자의 원고는 월간 《사인문화》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 고색 찬란한 기독교 문화도시인 체코의 수도 프라하 (Praha)는 약 200만의 인구를 가진 체코 최대의 도시로, 프라하의 구시가지 도심은 그 자체가 유서 깊은 귀중한 중세기 기독교 문화재로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보존하게 되었다. 프라하성은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에 블타바강의 서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성(城)으로 프라하의 상징이자 체코의 상징이다. 그리고 기념품인 마그넷에도 이러한 프라하의 풍경과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멈춘 중세의 도시 프라하 동유럽의 보석, 굴뚝빵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체코의 정식 명칭은 체코 공화국(Czech Republic)이고, 수도는 프라하이다. 동쪽은 슬로바키아, 서쪽은 독일, 남쪽은 오스트리아, 북쪽은 독일과 폴란드로 둘러싸여 있는 중부 유럽의 내륙국으로,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이 해체되면서 분리 독립했다. 수도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프라하를 둘러보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받는다. 도시 곳곳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 등 중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유적이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다. 프라하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어둡고 침울한 느낌의 도시였지만 현재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세련되고 아름다운 도시로 바뀌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천 년의 역사와 드라마틱한 사건의 무대였던 프라하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도시의 문화를 즐길 수도 있으며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드보르자크와 카프카를 배출했고 모차르트 최고의 오페라로 꼽히는 ‘돈 조반니’가 상설로 공연된다. (조대현, 정덕진 외, 2019) 세계의 모든 도시는 그 지역만의 도시이미지를 정립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 도시환경, 문화산업, 관광산업, 지역특산물 패키지디자인은 물론 로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접목하여 통합적인 서비스 디자인을 실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행 과정과 결과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아직도 효율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살펴보고 잘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아서 상황과 여건에 적합하게 구성하여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이고 버내큘러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 프라하 시내를 관통하는 블타바강은 체코에서 가장 긴 강으로 그 길이는 430km의 이른다. 프라하에 흐르는 블타바강에 세워진 카를교는 현존하는 유럽의 가장 오래된 돌다리이다. 카를교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
사인은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요소 유럽 스타일의 버내큘러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유럽 스타일의 이미지를 연상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표현과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급스럽고 우아하며, 조화롭고 패셔너블하며, 색다른 이미지와 분위기를 잘 연출하는, 갖고 싶은 마음을 자아내고 최신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컬러와 배색의 조화와 액센트 컬러를 잘 활용하는, 형태와 기능의 완벽한 조화, 오랜 역사와 장인정신의 표출, 평범한듯하지만 비범한, 명품과 매스티지, 자연의 유기적인 표현 등등. 이러한 사항이 바로 유럽만의 오디끄 스타일이라고 보인다. 동유럽의 유명 관광도시들(체코 프라하, 체스키크룸로프, 헝가리 부다페스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의 거리는 대부분 수공예 돌출사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개성 있고 스토리를 담은 아름다운 형태의 버내큘러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유럽의 오스트리아 주변 도시들이 고전적이고 화려한 형태의 수공예 사인들로 유명하다. 동유럽의 경우는 조형성은 물론 재료의 자연스러운 질감, 점포마다 업종을 잘 드러낸 상징적인 이미지 표현, 주변과의 조화 등에서 아날로그적이고 정감 있는 사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버내큘러 디자인이 접목된 공간처럼 골목마다 보헤미안적인 개성과 특색을 표현한 목공예와 금속공예 사인들이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제작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기에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생각된다. 공공 디자인 측면에서의 프라하의 거리에서 흔히 보는 사인도 하나의 문화이며 예술이 된다. 세계문화 도시의 잘 디자인된 사인은 거리의 예술품으로 도시 사용자들에게 다가오는데, 단순히 기호나 시각전달 매체로서의 디자인 결과물이 아니라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와 숨결이 느껴지는 문화·예술품의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사인 역시 건축과 도시환경을 중시하여 도시경관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디자인했다.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도시의 사인 디자인은 여러 사용자 간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중요한 미디어다. 또한 지역의 정보를 전달하고 지역 문화를 반영한 조화로운 사인 디자인은 어느 지역이나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 프라하의 고전적이고 환상적인 풍경과 함께 아기자기한 수공예 사인들이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잘 어우러져 있다. 아울러 철재 단조 기술을 활용한 철 재질의 버내큘러적인 타이포그래피 사인 파사드와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그곳의 운치를 더해준다. 야경이 아름다운 프라하의 거리 풍경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이 프라하의 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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