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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간판의 오늘을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
개성 넘치는 거리 샤로수길 사인기행
글 황예하 2020-09-25 |   지면 발행 ( 2020년 10월호 - 전체 보기 )




▲ 최근 2030 젊은 세대의 SNS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네온사인을 활용한 간판이 눈에 띄는 레스토랑 ‘미카엘’. 나란히 붙어있는 돌출 간판의 디자인은 매장의 1층과 2층처럼 각기 다른 분위기로 연출 되었다.

서울대 입구와는 너무 먼 서울대입구역

서울대 정문으로부터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어 ‘서울대 저 멀리역’으로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늘 따라다니는 서울대입구역. 명색이 대학가 앞인 이 역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놀 곳 없는 서울대생들을 홍대입구, 신촌, 강남역으로 실어나르기 위한 정류장에 불과했다. 그곳으로부터 낙성대역 사이, 겸손하게 뻗은 700m 남짓의 샤로수길은 최근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골목 상권 중 하나가 되었지만, 서울대생들은 여전히 모교 근처에 이렇다 할 상권이 없어 강 건너나 산 너머까지 떠돌아다녀야만 했던 시절을 이야기하곤 한다.


▲ 다양한 사인들이 모인 샤로수길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익스테리어. 카레 전문점이라 말하지 않아도 선명한 노란색이 메뉴판 노릇을 대신한다.

서울대생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구로 공단이 ‘구로 디지털 단지’와 ‘가산 디지털 단지’로 탈바꿈하면서 30대의 젊은 ‘넥타이 부대’ 인구 또한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서울 서남권은 관악에서 강서까지를 탈탈 털어봐도 평일 내 쌓인 학업과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주말의 여유를 만끽할 만한 젊은 상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영등포의 대림시장, 관악의 신림역 근처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었다고는 해도 그곳 또한 근방에 거주 중이거나 재래시장을 찾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상권이었기에 서남권의 젊은 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는 또래들의 유행을 품은 곳이자 가까운 곳 마실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는 상권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다.

이런 서남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자 관악구청이 야심 찬 도전을 시도한 것은 2015년. 오피스텔과 재래시장이 나란히 서 있는 원룸촌 골목인데다가 유명한 상권이라면 필수로 가지고 있다는 그럴싸한 이름조차 없었던 ‘관악로14길’은 강남구의 유구한 핫 플레이스인 ‘가로수길’의 이름에 관악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서울대 정문 조형물의 ‘샤’를 더해 ‘샤로수길’이란 팻말을 달고 생동하는 젊은 상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 마치 하나인 듯 섞여 있는 샛길 사이의 전혀 다른 두 가게 ‘쥬벤쿠바’와 ‘옐로우 버터 드림’. 시원한 통창과 청량한 옥색 익스테리어 위 샛노란 기린이 튀어나와있는 1층이 ‘쥬벤쿠바’, 기린보다 연한 버터 빛깔의 2층이 ‘옐로우 버터 드림’이다. 두 가게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계획된 것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사이좋은 이웃을 보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을 무늬로 삼은 얼룩말 골목

샤로수길이라 명명하고 팻말을 세워 상권 홍보에 나선 것은 관악구청이지만 2030 유동 인구를 사로잡아 골목 안으로 빨아들인 것은 이국적인 점포들의 재치 넘치는 사인들이다. 2014년, ‘관악로14길’ 시절의 샤로수길은 군데군데 들어선 실험적인 메뉴의 음식점들이 아직은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평범한 골목이었다. 지금도 샤로수길의 앞뒤로 예전의 원룸촌과 재래시장이 한데 섞여 있던 모습 그대로 주거용 건물들이 나날이 확장되고 있고, 이전의 오래된 원룸들 또한 여전히 남아있어 메인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도 평범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이제는 이름도 낯선 메뉴들을 판매하는 식당들이 골목 사이사이로 파고든 모습이 오히려 익숙하다. 예전 골목의 모습을 도화지 삼은 듯 지나간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레트로한 익스테리어 자체가 하나의 사인이 된 식당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건물 안에 녹아들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또렷이 드러나는 색채로 시선을 이끄는 익스테리어가 인상적인 카페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 흰 익스테리어와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초록색 어닝 아래, 아늑한 색의 조명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내부가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보고 싶게 만드는 디저트 카페. 가게 이름 그대로 첫입에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조각 케이크 그림이 그려진 입간판이 인상적이다.

넓지 않은 골목 안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선 것처럼 밀도 높게 모여 있는 가게들은 단순히 사인만 독특한 것이 아니다. 다른 상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메뉴들이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다. 이런 점포들이 그 걸음도 유행만큼이나 재빠른 젊은 유동 인구들의 흥미를 끌어낸 포인트는 ‘명료함’이다. 이색적인 가게들이 가득하기에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인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오묘한 부조화를 하나의 하모니로써 합치해 낸 샤로수길만의 공생적인 사인 디자인들은 유행의 나이테를 펼쳐 놓은 듯한 얼굴을 갖게 되었다.


▲ 이색 음식으로 유명한 샤로수길답게 외관만 보아도 국적을 짐작게 하는 점포들이 곳곳 눈에 띈다. 한자와 네온사인 조합의 홍콩식 디저트 카페 ‘미드레벨’.

※위의 내용은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10월호를 참고하세요.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관련 태그 : #샤로수길 #간판 #서울대입구역 #골목 #간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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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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