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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망성쇠 프로젝트 45
꽃과 커피 그리고 성수동의 이야기
글 노유청 2018-10-25 |   지면 발행 ( 2018년 11월호 - 전체 보기 )


피르츠 플라워를 기억하는 단어는 꽃과 커피, 성수동이다. 아마도 오랜 시간 후에 피르츠 플라워를 떠올려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피르츠 플라워를 처음 알게 된 건 공교롭게도 커피식탁에서였다. 테이블 마다 꽂힌 꽃의 출처를 물었더니 커피식탁 사장님은 “피르츠 플라워요!”라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을 뒤져서 위치를 알아냈다. 처음 찾아간 것은 아마도 한 참 뒤에 일이었을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의 챙겨야 할 기념일마다 먼저부터 가던 꽃집이 있었던 터라. 그 꽃집이 사라지고 바로 피르츠로 향했다. 그게 아마도 2016년 가을이었을 거다. 첫 번째 방문 이후 각종 기념일은 항상 피르츠 플라워였다. 여자친구가 와이프가 되는 시간에 있었던 기념일에 꽃은 피르츠 플라워였다. 결혼을 앞둔 기념일에 “좋을 때죠, 저희부부도 그럼 시절이 있었어요 하하”라고 하며 꽃을 포장해주던 사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꽃집은 자주 방문할 일이 있는 곳이 아니라서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은 성수동 골목이나 커피식탁에서 더 많이 만났다. 알고 보니 커피식탁의 오픈부터 찾아온 단골손님.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도 있었고, 꽃을 전달해 줄 때도 있었다.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과의 인연은 결국 꽃과 커피, 성수동 그 자체였다. 그래서 피르츠 플라워는 꽃과 커피 성수동의 이야기다. 그리고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은 지역 주민이기도 해서 성수동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을 인스타그램에 자주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 했다. 새롭게 문을 여는 커피집의 소식은 어김없이 타임라인에 올라왔다.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은 꽃과 커피, 성수동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피르츠는 라트비아의 전통적인 허브사우나를 의미한다. 허브잎 뭉치로 자연의 기운을 돋우는 방식으로 사우나를 한다.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은 이 점에서 착안해 꽃과 식물을 통해서 자연의 기운을 얻고 기쁜 감정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게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피르츠 플라워는 의미대로 꽃과 식물을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생일에 아들에게 꽃을 받은 엄마는 “돈으로 주지 뭐 꽃이야”라고 하면서도 화병에 꽂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피르츠 플라워는 간판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 4년을 간판 없이 가게를 운영했다. 물론 측면에 포스터를 배치해서 가게 이름과 꽃집임을 알리기도 했지만, 간판이 없었다. 어쩌면 그게 피르츠 플라워라는 공간의 멋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피르츠 플라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잠시 살펴보면 꽃집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다. 출입문이 안쪽에 있고 앞에 마치 차를 한 대 딱 주차할 수 있는 정도로 여유를 두고 꽃과 식물, 가드닝 용품을 배치했다.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사인의 속성을 다 품고 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고, 피르츠 플라워가 꽃집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피르츠 플라워 이전에 신발공장에서 쓰던 호이스트를 그대로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출입문 바로 앞에 있는 호이스트는 지하 공간에 물건을 내려주는 용도로 쓰던 것이었는데 그곳에 꽃을 걸어서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어쩌면 피르츠 플라워가 꽃집이라는 것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사인은 이 호이스트에 매달린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피르츠 플라워만을 상징한 것이 아니라 공장 지역에서 재미있는 동네로 바뀐 성수동을 상징하기도 했다.

피르츠 플라워는 지난 10월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물론 온라인 숍은 계속 운영하기 때문에 피르츠 플라워의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좋아했던 공간이 사라진 건 정말 많이 아쉽다. 이제 한동안 크고 작은 공사가 이뤄지고 이 공간엔 다른 가게가 들어설 것이다. 피르츠 플라워의 느낌이 계속 이어지는 좋은 곳이길 바란다. 그리고 오래오래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커피식탁 등 성수동의 여러 공간에서 피르츠 플라워 사장님과 종종 마주칠 것이고, 꽃이 필요할 때는 피르츠 플라워를 찾을 생각이다. 꽃과 커피, 성수동의 이야기는 계속 될 테니까.


▲ 피르츠 플라워는 간판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 4년을 간판 없이 가게를 운영했다. 물론 측면에 포스터를 배치해서 가게 이름과 꽃집임을 알리기도 했지만, 간판이 없었다. 어쩌면 그게 피르츠 플라워라는 공간의 멋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피르츠 플라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잠시 살펴보면 꽃집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다. 출입문이 안쪽에 있고 앞에 마치 차를 한 대 딱 주차할 수 있는 정도로 여유를 두고 꽃과 식물, 가드닝 용품을 배치했다.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사인의 속성을 다 품고 있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고, 피르츠 플라워가 꽃집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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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태그 : 성수동 뚝섬역 피르츠 플라워 꽃집 커피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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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조명+입체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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