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도 영하 3도였고, 정수리까지 한기가 파고들 정도로 바람이 강했던 2월의 끝자락, ‘어페어커피’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은 순간 봄이었다.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마지막으로 저항하듯 강한 한파가 밀려왔지만 어페어커피 안은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봄 눈 녹듯 사라졌다는 말은 그 날 어페어커피의 따스함을 설명하기에 딱 맞는 말이었다.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얼렸던 추위가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봄 눈 녹듯 사라졌다.
통유리로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어페어커피는 내부는 마치 한겨울에도 온기가 유지되는 식물원 같은 느낌을 받을 만했다. 햇살이 이렇게 멋지게 쏟아지는 카페는 성수동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것 같고, 그 온기를 오롯이 전달하는 곳은 아마도 어페어커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통유리창 바로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햇살이 좋은 날은 무조건 어페어커피에 와야 한다고. 특히 마지막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월과 3월엔 더더욱.
어페어커피는 전체적으로 레드와 화이트의 조합으로 만든 멋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곳곳에 레드를 굉장히 과감하게 사용했지만, 화이트를 적절하게 배치해 과하지 않고 간결하게 공간을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공간을 휘감는 레드가 강렬하다기보다 모던하게 느껴지는 건 결국 화이트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간판, 머그, 냅킨까지 모든 요소에 레드와 회이트를 조합해서 색채만 봐도 어페어커피를 연상할 수 있게 만든 점은 꽤 흥미롭다.
출입구 옆 기둥에 직사각형 돌출간판을 세로로 설치한 것이 메인 사인이다. 어페어커피의 시그니처처럼 레드와 화이트의 조합을 통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면보다 측면에서 명확하게 보이게 구성한 간판은 골목 어귀에서 봐도 어페어커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입간판처럼 세워둔 아크릴 박스사인. 통째로 레드를 사용한 아크릴 박스 사인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입간판이다. 어쩌면 가장 예쁘게 가게의 오픈 여부를 알리는 간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