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은 어느 영역보다도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흔히 사인 디자인에는 시각디자인 요소, 제품디자인 요소, 환경디자인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한 요소라도 미흡하게 디자인됐을 때 그 사인의 효용성은 떨어지게 돼있다. 시각 디자인 측면에서 부족하면 정보 전달성이 떨어지고 제품 디자인 측면에서 부족하면 사람이 다루기에 불편하거나 보기 싫어서 외면당한다. 환경 디자인 측면에서 부족하면 거리 경관을 해치는 애물단지가 된다. 따라서 사인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디자인이다. 그런데 디자인은 트렌드 흐름 가 있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총괄해 표현하기 때문에 당시 시대 조류나 사회현상, 이슈와 무관할 수 없다. 트렌드에 역행하는 디자인은 역발상 수준이 아니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보편타당하면서 일반인들에게 폭넓게 파고들려면 트렌드에 편승한 디자인이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 트렌드를 잘 살펴 이에 합당한 디자인을 해야 무리가 없다. 작년 한해 트렌드가 됐던 디자인 키워드 중 친환경 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사인디자인과 연관성이 높다. 21세기 정보화 시대 특징은 인간중심의 질적 삶에 초점을 맞춘 이슈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유행했던 웰빙 바람은 이와 연속선상에 있는 사회현상이고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사람의 디자인을 찾는 경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건축분야에서 녹색 건축 디자인 개념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 나무, 잔디 등 자연을 건물에 접목해서 건축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공공디자인 트렌드도 삶의 질 향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이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공간이 아름답고 보기 좋아야 그 속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만족감도 높아진다. 신도시·뉴타운 건설, 재개발·재건축 등 낙후된 지역을 새롭게 바꾸는 도시재생계획에는 공공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 발표, 지방자치단체 디자인 전담부서 설치 등이 공공디자인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고 ‘정치가 디자인을 말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정치권에서는 공공디자인을 논쟁거리로 삼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작년에 트렌드가 됐던 친환경 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인디자인의 친환경화는 친환경 소재에 맞는 사인제작으로 시작했다. 에너지 절감에 따라 쓰고 있는 LED 소재는 플렉스 간판에 적용하면서 간판 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태양열 전지, 풍력발전과 같은 대체 에너지가 사인과 만날 가능성이 있고 추가적인 친환경 소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이와 연관된 디자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공공디자인은 사인의 소형화, 입체화를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기금조성 광고물의 디자인 경향도 이에 맞춰져 있다. 멀지 않아 일반 점포사인 디자인도 소형화, 입체화 대열에 끼어 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크고 밝기만 한 사인에 익숙해져 있는 제작개념을 바꿔 작지만 눈에 띄게 디자인하는 방법론을 강구해야 한다. 디자인 트렌드는 여러 갈래에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잘 포착하면 인기 있는 디자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디자인이 된다. 친환경 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사인분야에서 인기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려면 꼭 파악해야 할 트렌드다. 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