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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류 > 트렌드+디자인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 짭조롬한 튀김과 밥
찍은 간판 프로젝트 7
글 노유청 2019-11-18 오후 2:01:15 |   지면 발행 ( 2019년 11월호 - 전체 보기 )




▲ 출입구 앞에 세워진 작은 입간판이 전부였지만 특유의 파란색 로고와 히라가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치히로는 익스테리어와 전체적인 풍경이 가게를 상징하는 사인 같아서 표면적으로 딱 드러나는 간판이 없어도 대충 공간의 성격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체적인 메뉴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은 일본 가정식을 하는 식당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전주에 출장을 내려오자마자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발품을 팔고 다녔더니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친상태 였다. 서학동 예술마을을 찍고, 객사길로 가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이어지는 강행군. 허기가 지기 시작했고 때마침 저녁 시간도 가까워져 오고 해서 무언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객사 길은 너무나 유명하고 맛집이 많은 핫 플레이스라 결정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몇 군데를 포기하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아무거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길가에 세워진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알 수 없는 히라가나가 적힌 입간판. 일본가정식이란 짐작만 할 수 있는 입간판 이었다.

일본가정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은근히 실패확률이 높은 것이 또 일본가정식. 잠시 망설였지만, 배가 고파서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게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살폈다. “텐동! 오케이 좋았어”라는 혼잣말을 하면서 메뉴를 순식간에 결정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 검색을 해봤다. 다들 호평 일색. 물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맹신하진 않는다. 가끔은 나의 체험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별로여도 좋게 쓰는 경우가 많으니까.

가게 이름이 ‘치히로’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입간판에 쓰여 있던 정체 모를 히라가나는 치히로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텐동이 나왔고, 첫 튀김을 입에 무는 순간 선택이 옳았음을 직감했다. 바삭한 튀김은 적당히 짭조름한 맛으로 밥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먹었다. 마치 오늘 고생을 위로받는 것처럼 맛을 즐겼다. 텐동은 정말 훌륭했다. 시장이 반찬이라 뭘 먹어도 맛있다고 했겠지만...


▲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텐동이 나왔고, 첫 튀김을 입에 무는 순간 선택이 옳았음을 직감했다. 바삭한 튀김은 적당히 짭조름한 맛으로 밥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먹었다. 마치 오늘 고생을 위로받는 것처럼 맛을 즐겼다. 텐동은 정말 훌륭했다.

배가 적당히 차오르니 여러 가지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간판, 로고까지. 치히로의 로고는 뚜껑이 있는 일본식 그릇을 파란색으로 이미지화했다. 굉장히 명확하게 가게의 아이텐티티를 구체화하고 가독성까지 좋아서 인상적이었다. 간판부터 시작해서 메뉴판에까지 반복적으로 로고를 배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니 예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식 목재 건물에 앞마당과 얕은 돌담까지. 여행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정말이지 일본스러운 풍경이었다. 무역 분쟁으로 인해 한참 반일 감정이 뜨거울 때라 그것을 의식해 돌담 한쪽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 안쓰러우면서도 재밌었다. 아무튼 치히로는 굉장히 간결하게 일본스러운 느낌을 드러내는 가게였다.

출입구 앞에 세워진 작은 입간판이 전부였지만 특유의 파란색 로고와 히라가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치히로는 익스테리어와 전체적인 풍경이 가게를 상징하는 사인같아서 표면적으로 딱 드러나는 간판이 없어도 대충 공간의 성격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체적인 메뉴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은 일본 가정식을 하는 식당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치히로는 익스테리어와 간판, 로고 구성 등 모든 면에서 가게의 성격을 꽤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꽤 잘 만든 간판과 익스테리어라고 할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고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드니 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다시 가서 텐동을 먹어보고 싶다.

허기가 만들어낸 맛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물론 쉽게 갈 수는 없겠지만. 작년 여름에 청주에 취재를 하러 갔다가 맛본 텐동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아직도 다시 맛보지 못했으니, 치히로도 그렇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래도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맛도 맛이지만 간결한 그 풍경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서.

※위의 내용은 기사의 일부 내용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사인문화 11월호를 참고하세요.

<SignMunhwa>

위 기사와 이미지의 무단전제를 금지합니다. 

관련 태그 : #전주 #객사길 #치히로 #텐동 #공간 #간판 #디자인 #익스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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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트렌드+디자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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