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면서도 따뜻한 사인 연출
‘2005 의림지겨울페스티벌’
《사인문화》는 이번호부터 지방 소식을 확충하는 의미에서 지방 곳곳 사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지방 네트워크’를 신설했다. 앞으로 각 지방에서 알찬 소식을 전달하는 창구 구실을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로 충북 제천에서 지난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2005 의림지 겨울 페스티벌’ 행사와 사인을 소개한다.

글/엄태석
본지 충북 통신원/(주)휴먼플러스 대표
ts1@naver.com

추억의 겨울철 놀이 프로그램 다양
겨울이다. 추운건 질색이지만 추억 속 겨울을 떠올려보면 언제나 따뜻하다. 크리스마스와 캐롤, 겨울 방학, 차창에 성에가 낀 새벽 시내버스, 세배를 드리러 가던 새하얀 눈길,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교실 안 난로, 양은도시락을 데우던 구수한 냄새, 언 발을 녹이던 눈밭 모닥불, 연탄난로 위 주전자에서 ‘쉬익 쉭’ 뜨거운 김을 뿜어내는 보리차 냄새…. 모락모락 겨울에 관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눈밭을 뒹굴며 놀던 비료포대 눈썰매 놀이에서 스키와 스노보드가 겨울철 놀이로 대신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추억의 한 켠 양지바른 곳에는 딱지먹기, 말타기, 자치기, 쌈치기 같은 놀이에 대한 기억이 더 진하다. 이쯤 하자. 쉽게 구멍이 나버리던 나일론 양말처럼 오래도록 추억만 늘어놓는 것은 위험하니까.
삼한시대에 축조된 의림지에서 지난 21일에서 23일까지 3일간 ‘2005 의림지겨울페스티벌’이 열렸다. 제천시가 주최하고 제천시 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축제는 시민 안녕 기원제를 비롯 눈썰매장, 얼음 썰매 타기, 애견 나라 행사, 연 날리기, 알몸 마라톤, 농경문화 체험, 모닥불 촌, 개 썰매 경주 등 옛 겨울철 놀이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축제 프로그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림지겨울페스티벌은 다른 도시 겨울축제와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우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매머드급 시설을 자랑하는 축제와 달리 특별한 시설이나 장치가 없다. 눈썰매장과 얼음판 등 의림지 특성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행사를 꾸민 것이다. ‘즐거운 의림지, 신나는 겨울’이 이 축제 모토로, 즐겁고 신나는 추억의 전통놀이와 함께 의림지 역사?문화적 가치를 녹여 넣은 것이 이 축제 특징이다.
인제 방어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등 겨울축제 홍수 속에서 의림지 겨울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소박하게 치러졌다. 1억 원 정도 예산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정작 사인과 대형 홍보물 설치는 꿈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인제, 화천, 태백 등지 겨울축제가 10억 원이 넘는 방대한 예산을 쏟는 것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다. 하지만 탄탄한 짜임새와 자원봉사 기반 위에 ‘의림지’ 인지도가 더해져 주목받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실사연출 주로 적용해 사인 제작
이번 축제 홍보 사인은 필자 회사에서 담당했다. 의림지겨울페스티벌 추진위원회에서 먼저 디자인을 심사한 후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선정 후에도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때 여러 번 방대한 시안들을 제출해야 했다. 홍보사인 제작에 소요 경비는 축제 예산에서 10~15%를 책정한다.
사인 디자인 컨셉트는 어린이, 가족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따뜻하면서도 겨울이라는 계절과 어울려 시원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그리고 축제 엠블럼과 눈으로 덮인 문자와 눈벌판 등을 나타내는 기본 디자인을 실사연출해 모든 사인에 적용했다. 홍보에 주로 사용한 축제사인은 현수막, 배너를 비롯해 안내?유도 사인, 대형 걸개 등이다.
축제 홍보사인은 행사지인 충북 제천 시내를 비롯해 부산, 경남 지역 등 남쪽 지방을 집중적으로 설치해 홍보했다.
의림지겨울페스티벌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알찬 프로그램들로 구성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했다. 의림지축제에서 1000년을 거스르는 의림지 솔숲을 거닐며 공어도 먹고 농한기 겨울을 즐겼던 선인들의 슬기를 배우며 겨울의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Sign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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