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른아른한 추억을 회상할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만큼 추억이란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는 단순한 단어가 아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따뜻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리운 추억을 실제로 보고 느끼면서 그 시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있는 추억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1960~70년대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추억의 거리’를 통해 그 시절 추억을 감상해 보자. 글_이승미쪾사진_ 김수영
1.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쓴 화공간판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던 연탄, 커피보다 DJ 때문에 더 자주 드나들었던 다방, 까칠한 턱수염에 하얀 비누거품 발라 면도해주던 이발소.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글을 읽으며 ‘맞아, 그땐 그랬지’하는 감탄사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얘기해도 그 시절 감성이 느껴질리 만무하다. 지난 8월 국립민속박물관이 조성한 추억의 거리는 변화해가는 생활상과 공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경험하며 과거의 추억 속 공간을 현실화하는 장소로 조성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 이관호 문학박사는 “상설전시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입체적이고 생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야외전시장에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추억의 거리를 조성했다. 세대가 다른 가족이 추억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추억의 거리에는 1960~70년대의 다방, 식당, 만화방, 레코드점, 이발소, 양장점, 사진관 등 다양한 상점과 거리 모습이 실물 그대로 재현됐다. 구식의 오래된 건물 뿐 아니라 반공방첩, 소변금지 등이 쓰인 전봇대와 벽은 실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손으로 쓴 간판과 작은 입간판, 유리창에 쓴 글씨 등 각종 사인도 과거 속으로 돌아갔다. 추억의 거리 제작은 드라마와 영화 등의 세트장과 인테리어 제작에 유명한 동서하이텍(주)이 맡았다. 동서하이텍(주)은 다수의 시대극 세트장을 제작한 경험과 회사의 풍부한 자료 덕분에 어렵지 않게 1960~70년대 거리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동서하이텍(주) 최정민 팀장은 “추억의 거리 간판은 ‘이 시대에는 이런 간판이 있었어’ 하는 공감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정감 가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제작했다”고 전하며 “그 당시에는 합판에 직접 글씨를 쓰는 간판이 많았는데, 주인이 정성들여서 쓴 간판과 영화 포스터 등을 그리는 화공이 쓴 간판 두 가지 형태가 있었다. 국밥집은 화공이 쓴 것 같은 느낌으로 제작했으며, 화개 이발소는 주인이 직접 정성들여 쓴 것처럼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2. 목재와 알루미늄은 그 시절 최고의 간판 소재
또한 여러 종류의 상점이 들어서 있는 만큼 글씨체도 다양하게 적용해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낡은 느낌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도록 간판과 건물에 일부러 때를 묻히고 칠을 해서 더욱 실감나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간판 소재 또한 그 당시와 같이 나무를 이용해 제작했다. 대부분 나무 합판에 손으로 페인트 칠을 했고, 사진관과 레코드사는 철제로 프레임을 제작했다. 그리고 사진관 간판은 알루미늄 프레임 안에 형광등을 매입할 수 있도록 10cm정도의 두께로 제작했다. 동서하이텍(주) 최정민 팀장은 “과거에는 구하기 쉬운 목재 등의 재료로 간판을 만들기 때문에 고가의 비용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가장 알맞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알루미늄과 목재가 최고의 소재였다”고 전했다. 상점의 명칭 또한 그 당시에 가장 인기 있고 흔히 볼 수 있었던 대중적인 이름을 사용해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라노라는 명칭이 들어가지 않은 양장점이 없을 정도로 흔했던 노라노 양장점, 어느 동네서나 하나쯤은 볼 수 있었던 약속다방, 2007년 8월말까지 실재했던 화개이발소 등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 이관호 문학박사는 “그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명칭 1~5순위 안에 드는 이름을 사용했다. 추억의 거리에 있는 상점의 모든 명칭이 실재했던 것은 아니지만 옛날 추억을 회상하는데 가장 상징적인 명칭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SM
<캡션>
간판
1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리한 삼청동이라는 지리적 위치성과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해 삼청 복덕방이란 명칭을 사용했다. 복덕방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던 붉은 색으로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2 고급 의상실 붐을 일으켰던 노라노 양장점은 보라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색상을 이용해 트렌드를 주도했던 의상실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3 시트커팅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제작된 은하수 사진관 간판은 십여 년 전까지도 볼 수 있던 형태로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추억을 되짚어 보게 한다.
4 화공이 쓴 컨셉트로 제작된 고향식당 간판은 원목에 글씨를 썼다. 주인이 정성들여 쓴 화개 이발소 간판과는 또 다른 글씨체로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진다. 5 김성환 화백의 작품으로 유명한 ‘고바우’를 본 따 만든 고바우 만화방. 간판에는 책의 종류와 점포 명칭만 적어 정보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6~7 그 당시 가장 많이 썼던 다방 이름 중 하나인 약속다방. 좋은소리사는 나무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화공간판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 난다.
각종 광고와 사인
1 벽에 붙어있는 옛날 영화 포스터가 향수를 자극한다. 인쇄 광고가 성행했던 그 시절 흔히 볼 수 있었던 영화 광고다.
2 지금은 많이 사라진 작은 입간판도 볼 수 있다. 입간판 역시 손으로 직접 그려서 제작했다. 3 유리창에도 손으로 글씨를 썼다. 그 당시에는 유리창에 글씨를 써서 홍보하거나 안내하는 방식이 흔했다.
4~5 범죄신고와 간첩신고란 문구가 그 시절을 회상하게 만든다. 추억의 거리에는 간판 뿐 아니라 길 안내 표지판 등 다양한 사인과 광고물을 만나볼 수 있다. 6 실제 식당과 같이 꾸며져 있는 식당 내부에는 정말 그 당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때 묻고 낡은 느낌의 메뉴판이 있다. 7 세월의 흔적을 실감나게 표현한 광고물이 여기저기 부착돼있다.
8, 9 요즘은 보기 힘든 때 묻은 작은 철제간판들이 여러 상점에 부착돼 추억을 자극한다.